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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애의 일기

한국으로 가는 티켓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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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고 난 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원래 약했던 위와 장이 심하게 탈이 난것 같았다. 

뭘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메스껍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위와 식도를 꾹 쥐어짜는 듯한 느낌도 자주 들고, 신물이 자주 올라왔다. 너무 힘들어서 이약 저약 먹어보고,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약을 보내줘서 먹어봤다.

 

살면서 음식을 이렇게 가려서 먹어 본 적도 처음이였다. 통증이 자다가다 느껴질때는 깜짝 놀래 깨기도 했었다. 이렇게 작고 큰 아픔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나중엔 짜증도 나고 속도 상하고.. 내가 여기 뭣하러왔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도저히 안되서 내시경을 받고 싶은 마음에 한국 병원을 찾아봤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이 한인 병원에 적응도 안되고.. 그걸 물어보려고 이병원 저병원 전화하는데도 너무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보험이 적용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해 답변을 들을려니 어떤 병원은 일줄이 넘게 답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재차 전화해서 물어봐도 기다려봐라 오늘 담당자가 안왔다. 이러면서 일줄을 보내기도 했다. 

너무 속이 상해서 욕이 나왔다. 나는 아파서 하루하루가 힘든데, 미국병원은 다 이런가.. 하고 정말 미국, 이 나라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했었다. 


도저히 안되서 말이 안되지만, 동네에 큰 종합병원을 찾았다. 의사들은 친절했지만, 기다리기도 오래 기다려야 했고, 진찰은 받았지만 소변과 혈액만 뽑고 다른 건 없었다. (우리나라만큼 내시경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듣긴 했었다...) 어쨌든 소변검사와 혈액에선 별다른 소견이 안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살짝 안심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좀 괜찮아지나 했더니 최근들어 또 아프기 시작했다. 자다가 깰 정도로. 옆으로 돌아누우면 아프기도 했다. 도저히 안되서 한국가서 검사를 받아야겠다(비행기 티켓요금 정도로 미국은 너무 비싸서) 하는 생각으로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다. 그러자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한번 갔다오라고 오케이는 받았는데... 30분 넘게 이어지는 설교..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신은 있다고 믿지만, 아직 내가 어떤 신을 맘에 품고 살아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종교에 대한 편견도 없고, 각자의 종교에 대해서는 저마다 존중한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아픈건 병이 아니라고 단정지으며, (병이 아니면 좋겠지만..) 커뮤니티가 없으니.. 스트레스 풀 공간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한다. 그말이 백퍼 틀린말은 아닐수도 있지만.. 한국교회를 찾아서 꼭 가보란다. 교회에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기도도 하고.. 그 얘기로만 30분을 넘게했다. (거기 한국초대교회는 집에서 얼마나 걸리냐는 둥, 한인교회는 찾아봤냐는 둥, 교회 찾아서 목사님에게 전화를 해보라는둥...)


기도하는게 나쁜건 아니지. 그치만, 나의 문제가 교회를 가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요지다. 내가 이 교수님 밑에서 일한지가 1년 반이 넘었다. 들어올때, 아니 면접볼때 부터 이런 얘기는 시작되었지만. 첨엔 그냥 좋게 넘겼는데.. 이젠 너무 강요당하는게 힘들다. 

내가 처한 이 상황이 교회만 가면 다 해결된다는 그런 말은 내게 이해가 안된다.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을 해주지 못하면서, 교회를 자꾸만 언급하시니... 



도저히 듣다가 살짝 욱해서, "교수님, 저는 교수님이 알다시피 미국에 와서 공부도 하고 싶어 했고 미국에 희망을 품었던 한 사람인데, 이제는 어떤 생각까지 드냐하면, 여기서 돌아가면 두번다시 미국이란 나라에는 오고싶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 나한테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게 해결책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현재로서는 여기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조금 극단적으로 얘기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계속 늘어질 것 같아. 이야기를 던졌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너 우울증이니??" 하신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런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내 상태가 그정도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거의 대화는 끝으로 다다르고.. 끊기전까지도 교수님은 교회에 꼭 가보라고. 가서 기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지난번에는 영통으로 기도도 해주셨다. 두손 모으고 들으라고. 그리고 끝날땐 아멘이라고 하라고까지 말씀하셨던 적도 있다.)

끊고 나니, 기운도 빠지고. 또 한편으론... 내가 진짜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치만, 그건 아니였다. 

우울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달라진 건.. 여기와서 주눅이 들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열정도, 의욕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나도 변해보려 애쓰는 중이다. 한때 열정과 동기부여로는 주변에 따라올 자가 없었던 난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다시 내 모습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다. 



어쨌든.. 오케이했으니.. 이제 잠깐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는데 내가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오려면 어떤 서류를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해야한다는데 그게 4일 걸린다는.. 그렇게 되니 원래 출국하려고 생각했던 날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였다. 


그러고나니 또, 의욕이 꺽이면서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잡혀있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아파서 진료받고자 했던 건데, 괜히 이런저런 생각으로 또 주저하지 말자!" 하고, 티켓팅을 했다. 

서류제출하고 걸리는 시간이 며칠걸린다고 했지만, 금요일전까지만 되면 좋겠다. 그럼 무사히 출국할 수 있을테니.

가서 진료도 받고, 오랜만에 가족들도 보고, 친구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남자친구도 만나러 갔다와야지. 


잠깐이지만, 한국에 간다니깐 설래고 두근거린다. 돌아가면 본가로 가서 편히 쉬다와야지.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몇개월은 더 있어야될테지만, 좀만 더 힘내서, 용기내서 지낼 에너지를 받고 와야겠다. 

이래서 떨어져 있으면 가까이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건가 보다. 


내가 아파서 왔다하면 또 걱정할 우리 가족들이겠지만, 너무 보고싶고. 그립다. 그리고, 맨날 아프다해서 걱정하는 남자친구도 곧 만나니 너무 좋다. 


별다르게 아픈게 아니면 좋겠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싶고 그리워서 난 향수병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날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 

곧 간다.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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