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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놀이터/좋은 글귀107

좋은시) 역전 사진관집 이층_신경림 역전 사진관집 이층_신경림 사진관집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때나 나와 기차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 곳에 갈 수 이ㅣㅆ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꼐 누워서덜컹대는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낙타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가면서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 2018. 7. 22.
좋은시) 오래된 테이프_백상웅 오래된 테이프_백상웅 지난 사랑은 비디오나 카세트처럼 미세한 모터 소리를 낸다. 지루할 때는 앞이나 뒤로 재빠르게 넘긴다. 우리는 테이프를 꺼내 녹화를 뜬다. 우리의 과거는 십 센티만큼의 미래에 둥글게 말리고 있다. 그러니까 어느 골목에서 갑자기 과거의 사랑이 재생되더라도 놀라면 안된다. 우리는 그저 먹먹해지면 되니까. 과거와 미래는 뒤바뀐 기억이다. 지금 사랑하면서 우리가 예전에 지나온 어느 골목을 떠올리는 건 죄다. 우리는 한 곡만 반복해서 들었고, 한 장면만 반복해서 보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열대야처럼 늘어진다. 사랑이 저기 있는데,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 누워서 우리가 겨우 할 수 있는 건, 꾸벅꾸벅 조는 일뿐이다. 목소리는 변하고 얼굴은 일그러진다. 필름을 뽑아내기까지, 우리는 적당히.. 2018. 7. 21.
좋은시) 그해 여름의 끝_최금진 그해 여름의 끝_최금진 창밖에 모기들이 날고 있었다. 가느다란 목줄기에 여린 몸통, 투명한 날개였다루주라도 발라준다면 예쁜 입으로 죽게 될 것이다조금만 더 절망하다가 가면 안될까요, 모기들은 내 방에 들어오려고 애썼다피는 달다, 칼에 베인 손가락을 물고 오래 빨아본 적이 있다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죽은 새의 주둥이가 칸나꽃 같았다아이들이 죽은 새를 돌로 찧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방충망을 두고 모기들과 마주 보았다, 허공을 날아본 지 얼마 안되는 것들이었다날렵한 제트기처럼 방충망에 착지한 죽음수직으로 매달려 내게 물었다, 당신도 우리처럼 목이 마르죠?작게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 장마에 벽지엔 물이 스미고눅눅한 방바닥엔 쌓아놓은 옷들이 퉁퉁 불어 있었다, 올여름에 내가 한 일이라곤종일 창밖을 내다보거나 .. 2018. 7. 20.
좋은시) 그림자_이근화 그림자_이근화 개의 이빨보다 질겨서물어뜯는 것보다 핥는 것이 낫겠다오늘 더위 속에서는 그림자도 녹는다대지 위에 달콤하게 스며든다질투와 원망의 힘을로 빛난다 그림자의 안부를 물을 수 없고그림자와는 식사 약속을 할 수 없다이런 것이군 신발끈을 고쳐 맨다끝까지 달려 턱을 빼놓는다 시계 나사를 조이고 권총을 당긴다손가락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기울어진 어깨는 그림자의 것인데그림자는 담배를 피울 줄 모르고자정부터 새벽까지 웃는다 오늘 더위는 맵다한 사람이 자기 팔을 뜯어냈다냉동실 가득 그림자를 채우고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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