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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놀이터/좋은 글귀

좋은시) 사랑의 시, 견인_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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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_이병률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 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시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머리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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