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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애의 일기

홀로 외국 생활. 한국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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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칠 만한 대나무 숲이 내게 필요했었던 걸까?  

또, 혼자 지내는 외국생활에 이 블로그가 내 마음에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  

친구라곤, 같은 집에 지내는 외국친구들 밖에 없지만, 영어가 짧은 내게 한국인의 정서와 공감이 필요한 듯 했다.  


여기 뉴저지에 온지도 벌써 7개월이 다 되어간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일때문에 오긴 했지만.. 솔직히 점점 여기 왜 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잃어간다. 

나는 33살, 아니지. 이제 2017년이니 34살이구나. 이렇게 시간만 자꾸 흘러가네. 

서른살 중반의 미혼 여성인 나는, 연구원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한때 꿈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날들도 있었고, 

또한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박사 유학오고 싶어서 토플 공부도 하고 밝은 미래를 꿈꾸던 날들이 있었다. 

어쩌면 그게 아메리칸 드림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오고 싶어하던 미국에 현재는 와서 살고 있다. 

살아가다 보니 언어의 장벽도 크고 현실의 문제점(병원비, 보험 같은 문제들..)에 부딪히고 나니 점점 힘이 빠진다. 


더 나를 힘이 빠지게 만들었던 건.. 

여기와서 일을 하는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곳에 와서 일을 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시작부터 미국에 대한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껴 버렸다. 



공동연구를 하기 위해 나는 여기 왔지만, 

우리 교수는 정말 일을 하기 위해 나를 보냈다기 보다 그 해에 채워야 하는 수행목표를 채우기 위해 나를 이곳에다 보내버리고, 

이곳의 교수와는 어떤 교류도, 연구에 대한 회의 조차도 하지 않으면서 나를 이곳에 꽂아두고 우리가 필요한 것만을 뽑아 먹으려 하는게 문제였다.
일부의 연구비도 하나 주지 않으면서 재료만 사다주고 이곳 연구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만 만들어 달라고 하니.. 이곳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달갑지 않은게 사실. 내가 여기 처음와서 들은 말이.. 제대로 연구하려는게 맞냐, 논문은 내실려고 생각하시냐, 우리가 하청업체도 아니고 우리가 당하기만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힘이 빠진다.


나같은 석사 나부랭이 연구원 주제에, 내가 여기서 대답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겠냐..


떠나기 전부터 어쩌면 감안했던 일이긴 했다. 떠나기전, 우리 교수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우리 연구실의 박사님들, 연구원 선생님께서도 가서 이런 대접받으며 눈치 코치봐야될 수 있겠다 걱정해주셨으니.. 


이곳 연구실에 사람들에게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가시방석 같은 날들이 계속 되어오고, 그러다 너무 빡치게 만들어서 몇번 여기 박사와 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 시간까지 흘러오고, 그나마 몇번 다툰 덕(?)에 이제는 그런 눈치는 모면했다. 



그간 7개월동안, (그전부터 생각은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참고로 나는 차가 없다 보니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뉴저지는 특히나 버스가 있긴 하지만... 버스 오는 시간도 잘 안 맞고, 한시간에 한대씩 다니다 보니 어딜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 고작 내가 가는 곳은 학교, 동네 마켓, 동네 공원, 동네 스타벅스, 그리고 집. (아주가끔 몰에 가는데, 그 때는 큰맘먹고 가야함)) 


그 생각의 끝은, 나는 이제 이 일을 접기 위한 시작을 할 것이다. 나의 석사생활을 포함한 9년의 사이언스 길을 이제 접을 것이다. 

한때는 이 길이 너무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고, 쥐꼬리만한 월급이지만, (바이오 직업군은 석사, 박사라도 임금이 너무 낮음)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일을 했었던 적도 있었고, 숨막히게 달려오는 날들이 행복했었던 적도 있었다. 일줄동안 빡시게 실험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지만, 한번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힘들게 보낸 날들을 다 보상해 주는 듯 했고, 그것이 논문으로 결실을 맺게 되면 더없이 행복하고 뿌듯함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한국에서의 사이언스 생활은 너무도 실망감이 컸고 진심으로 글자 그대로인 과학자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많이 들게 했다. 과학을 하고 있다고 하고, 본인들이 정작 사이언티스트라고 말하지만.. 그 뒤의 숨은 의미에는 돈과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과학자의 의미를 잃어가고만 있는 것 같다(그 외에도 종교의 강요 등의 이유로)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직 이곳에서의 미션 수행이 끝나려면 조금 더 남았지만, 그 동안 나는 이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도전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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