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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놀이터/좋은 글귀

좋은시)사랑에 대해 뒤돌아 보게 되는 시, 저녁길을 걸으며_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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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길을 걸으며_이정하


해질 무렵, 오늘도 나는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엇지만 

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또 어찌보면 아무거솓 없기도 합니다. 

아픈 우리 사랑도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한 송이의 꽃을 피워올릴 수만 있다면

내 온 힘을 다 바쳐 곱게 가꿔나가겠지만 

그것이 또 내 가장 절실한 소망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렇듯 무작정 거리에 나서

그대에게 이르는 수천 수만 갈래의 길을 

더듬어보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무던히 내리쬐던 햇볕도 마다 않고

온 몸으로 받아내던 잎새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 꽃잎들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언젠가 

떨어지고 말리라는 것을 제 자신이 먼저 알고

있겠지만, 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떨어진 꽃잎 거름이 되어 내년에 더더욱 활짝 

필 것까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생각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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