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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일본

오사카로 떠난다. 마지막편

by 사월愛.꿀하루 2017.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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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억을 더듬어, 그날의 시간으로 거슬러 가본다. 

오사카에서 보냈던 5일의 시간을 돌아보면, 하루이틀은 시차땜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낮시간동안에는 나와 함께해 준 지인덕분에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오게 된 오사카는, 언제나 정겨운 듯 하고, 여행자인 나에게 여행온 듯한 느낌 반, 동네 주민인 듯한 느낌 반, 그런 편안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이번에는 날씨가 추워서 여기 사람들의 생활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번 왔을 때 내게 주었던 그 인상은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동네 공원(동네 곳곳에 공원이 생각보다 참 많다)에 돗자리 펴고 앉아서 책을 보고, 친구들과 나와서 게임을 하고, 그냥 가만히 햇살을 맡기도 한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들도 나와서 아이들과 공차기, 공던지기도 하고, 10대 청소년 아이들은 제각기 춤연습을 하고 있었다. 잘추고 못추고를 떠나서(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사실 신경 쓰지도 않지만.) 자기네들이 좋아하니깐 그저 열심히 추는 것 뿐. 또 마츠리를 위해서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 그야말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 오히려 미국이나 서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자유분방함이 일본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이라면 나도 이 사람들처럼 남들 시선 신경 안쓰고 살수 있으려나 하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 인상을 남겨준 이곳을 추운 겨울에 다시 들리고, 이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전날 밤에는 진짜 맛있는 라멘집이라며, 여기서 먹으면 다른 곳에 가서 돈코츠 라멘은 이제 못 먹을거라며 말해주었던 그 사람 말을 믿고 따라가서 먹어보았다. 아. 속이 안 좋아서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진짜 맛있는 곳이였다. 나는 일본 돈코츠라멘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다. 어딜가서 먹어도 맛없는 집은 없었는데. 이곳은 진짜 인정. 가게도 작고 장사도 저녁이 넘어서야만 문을 연단다. 날씨도 추운데 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을 넘어가는데, 그 순간 끝맺음은 크하. 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물이 진짜 진했다. 이렇게 돈코츠 라멘과 만두를 먹고. 집으로. 

다음날, 출발하기 전 동네 스시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와서 스시를 한번도 먹어보질 못해서 아쉽지만 동네 스시집을 가자. 약간은 허름해 보이지만, 정감이 가는 가게. 아저씨 2분과 아주머니 1분이 함께 일하신다. 크지 않은 가게. 그러나 깊이가 있는 듯한 느낌의 가게. 우리가 도착하기 전 어떤 아저씨가 먼저 와 계셨다.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꼭 일드에서 봤던 장면 같았다. 일드에서 보면 동네 단골 가게에 가서 주인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주인아저씨는 맞장구도 잘 쳐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나는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몰라도 느낌은 알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괜시리 좋았다. 동네 단골 가게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러나 단골이라고 절대 막 대하지 않는다.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상냥함은 정말 최고였다. 이 가게에 스시도 나쁘지 않았지만, 계란찜을 시켰는데. 그걸 본 순간. 아... 이 아주머니의 정성이 여기서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계란찜에 여러가지(버섯, 새우, 오징어 등등)가 들어가 있는데. 먹으면 먹을 수록 이 계란찜이 먼데, 이런 정성을. 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오히려 내가 감사히 먹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계란찜 하나에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오버일까? 그건 아닌듯하다. 먹어본 사람만 알겠지. 나갈때까지 그 친절함은, 문밖 배웅으로도 이어졌다. 본인들보다 한참 어린 손님들이지만, 이렇게 예의있고 깍듯하게 그리고 친절하고 상냥하게. 그 가게의 맛도 맛이지만, 이런 서비스는 진짜 비싼 레스토랑에서 대접받은 것 보다 더 기분 좋은 서비스였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떠나는 날 이런 감동. 감사했다.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커피한잔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 몸을 실었다. 

다시 또 가려면 몇달은 더 있어야 겠지만, 이날 마지막 식당에서의 감동은 잊지 않을 것이고, 다시 가서 그 계란찜을 맛봐야지. 


 

 

  

 

 

오사카 역에 있던 분수쇼(?)가 있었는데, 동영상을 못 올리다가 이제야 올리게 됐다. 나의 블로그에 방문 해주신 분들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인데. 드뎌. (오사카 여행을 하게 되면 오사카 역에 가셔서 꼭 구경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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