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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놀이터/좋은 글귀

입동_박형진

by 사월愛.꿀하루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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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_박형진


가고 오는 것이 사람뿐만은 아닌가

울 안 감나무 가지에는 붉은 감만 남고

새벽 뜰 앞에 나서면 어느새 

기러기 하늘 높이 난다

추워지리란 예보를 들으니 더욱 쓸쓸해진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비구름 아래

어느 핸 해마다 그러지 않으랴마는

걱정 따윈 다 저 바다에 묻어나 둘까

거둘 것도 없는 밭에 와 빈 지게를 벗고

하늘로 담배연기를 뽑아올린다

고구마순 한짐 콩깍지 한짐 져다 놓고

소막 비닐을 댄다

여름 내내 쳤던 모기장을 걷고

남루한 생활 아픈 마음에나처럼

여기저기 비닐조각을 덮대고 나니

무쪽도 바로 못 베어먹는다는

뼘만한 가을해 한나절이 또 가고 

기다렸다는 듯 저녁 들어 비바람이 몰아친다

소와 함께 소막에 있노라니 날은 어두워져

올 겨울 아무 마련 없는 사람의 가슴도 어언간 따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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