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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_박형진
가고 오는 것이 사람뿐만은 아닌가
울 안 감나무 가지에는 붉은 감만 남고
새벽 뜰 앞에 나서면 어느새
기러기 하늘 높이 난다
추워지리란 예보를 들으니 더욱 쓸쓸해진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비구름 아래
어느 핸 해마다 그러지 않으랴마는
걱정 따윈 다 저 바다에 묻어나 둘까
거둘 것도 없는 밭에 와 빈 지게를 벗고
하늘로 담배연기를 뽑아올린다
고구마순 한짐 콩깍지 한짐 져다 놓고
소막 비닐을 댄다
여름 내내 쳤던 모기장을 걷고
남루한 생활 아픈 마음에나처럼
여기저기 비닐조각을 덮대고 나니
무쪽도 바로 못 베어먹는다는
뼘만한 가을해 한나절이 또 가고
기다렸다는 듯 저녁 들어 비바람이 몰아친다
소와 함께 소막에 있노라니 날은 어두워져
올 겨울 아무 마련 없는 사람의 가슴도 어언간 따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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