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그깟 술 몇잔에_이경림
나는 왜 그토록 취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네
집채만한 그리움의 지붕 밑에서 다만
술 몇잔 마셨을 뿐인데, 술
몇잔 속에서 잠시 방성대곡(放聲大哭)하였을 뿐인데
취한 것들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는 꼴
물끄러미 보았을 뿐인데
술 몇잔 속에서
그 지붕 밑, 사람들은
삐걱거리는 나무의자 위에서 기우뚱
이야기를 하거나, 꾸역
술을 마셨네 고함을 지르거나,
남의 살을 구워 먹었네,
노래를 부르거나, 욕지거리를 하거나,
싸움을 하거나, 하거나....... 했네, 나는 그 저 술
몇잔 속에서 그것들 바라보았네
담배연기 속에서, 고기 타는 냄새 속에서,
뿌옇게 흔들리며 흘러다니는 것들
보았네 아비규환의 그림울
보았네 느닷없는 나의 방성대곡을
보았네 집채만한 그리움의 지붕이
확, 날아갔네
반응형
LIST
'나의 놀이터 > 좋은 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노래_김진경 (0) | 2017.11.17 |
---|---|
로또를 안 사는 건 나쁘다_최금진 (0) | 2017.11.16 |
고요에 행구지 않으면_백무산 (0) | 2017.11.11 |
톱니_안미옥 (0) | 2017.11.10 |
바로 나이게 하소서_슈즈 (0) | 2017.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