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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놀이터/좋은 글귀

그깟 술 몇잔에_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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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술 몇잔에_이경림


나는 왜 그토록 취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네

집채만한 그리움의 지붕 밑에서 다만

술 몇잔 마셨을 뿐인데, 술

몇잔 속에서 잠시 방성대곡(放聲大哭)하였을 뿐인데

취한 것들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는 꼴

물끄러미 보았을 뿐인데

술 몇잔 속에서


그 지붕 밑, 사람들은

삐걱거리는 나무의자 위에서 기우뚱 

이야기를 하거나, 꾸역

술을 마셨네 고함을 지르거나,

남의 살을 구워 먹었네,

노래를 부르거나, 욕지거리를 하거나,

싸움을 하거나, 하거나....... 했네, 나는 그 저 술

몇잔 속에서 그것들 바라보았네

담배연기 속에서, 고기 타는 냄새 속에서,

뿌옇게 흔들리며 흘러다니는 것들


보았네 아비규환의 그림울

보았네 느닷없는 나의 방성대곡을 

보았네 집채만한 그리움의 지붕이

확, 날아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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